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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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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은 니고데모에 대해 세 번 언급한다(요한복음 3, 7, 19장). 이러한 언급을 추적해 보면 니고데모가 어떠한 변화를 겪어 진실한 신앙인이 되었는지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니고데모는 예수님을 조롱하는 지식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요한복음은 니고데모가 예수님을 찾아 와 예수께서 행하시는 표적이 하나님이 예수님과 함께 한다는 표적이라고 고백한다. 이 고백을 들으신 예수께서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라고 말씀하신다. 이에 니고데모는 “사람이 늙으면 어떻게 날 수 있습니까?”라는 반응을 보인다. 우리는 바로 이 본문에서 니고데모가 예수님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지식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예수님이 사람이 “거듭나다”라고 하신 말씀은 사실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우리 성경에서 해석하고 있듯이 실제로 “다시 난다”라는 의미이다. 다른 하나는 “위로부터 난다”는 의미이다. 성경은 니고데모가 관원이라고 말한다. 이는 산헤드린 회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당시로는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다. 오늘날의 직위로 설명하자면 입법부와 사법부, 그리고 행정부의 최고의 의결기관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출신 성분도 중요하지만, 최고의 학문도 갖추어야 했다. 그렇다면 니고데모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거듭나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니고데모는 그렇게 알아듣지 않고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고, 예수님께 되물었던 것이다. 따라서 니고데모는 예수님과 대화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근거로 예수님의 말씀을 비꼬는 입장을 보인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니고데모의 태도가 예수님과 대화한 후 바뀌게 된다. 즉 요한복음 7장은 이스라엘 당국자들과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체포하려고 하속들을 파송했다는 사실을 보도한다. 그러나 하속들은 예수님을 체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 때까지 이스라엘에서 예수님과 같이 가르치는 분을 만나보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이 보고는 하속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속들을 나무라는 당국자들과 바리새인들에게 니고데모가 하속들을 변호한다. 이에 대해 유대인들이 “너도 갈릴리에서 왔느냐?”라고 핀잔한다. 이는 니고데모가 예수님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으로 바뀌었으며, 예수님에 대해 변호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니고데모가 예수님에 대해 완전히 입장을 바꾸었다는 사실은 요한복음 19장에서 나타난다. 요한복음 19장은 니고데모가 예수님의 장례를 위해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100근쯤 가지고 왔다고 보도한다. 그가 가지고 온 몰약과 침향이 얼마나 값어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요한복음 12장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요한복음 12장은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나드 한 근의 향유를 부었다고 보도한다. 그리고 가룟 유다가 그 향유를 300데나리온에 팔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초대교회 당시의 사회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예수님 당시 일반적인 백성들의 일 년 수입이 200데나리온쯤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년 365일 중 안식일과 특별한 절기를 빼면 약 200일 정도 일할 수 있는데, 한 데나리온은 당시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리아가 부은 향유를 당시의 값으로 환산하면 일반 노동자의 1.5년 연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적용하면 니고데모가 예수님의 장례를 위해 가져온 몰약과 향유의 값어치는 일반 노동자의 150년 치 연봉에 해당한다. 이러한 우리의 계산은 예수님의 장례를 위해 니고데모가 가져온 몰약과 향유 100근이 황제에게만 해당한다는 사실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니고데모는 예수님의 장례를 위해 사용한 100근을 경제적으로 계산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 거의 전부를 바쳤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정치적으로 계산하면 니고데모에게 있어서 황제는 로마의 황제가 아니라, 예수님이었던 것이다. 결국 니고데모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예수님이 자신의 온전한 주님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고백한 것이다. 우리는 니고데모를 통해 지식인들이 어떻게 예수님을 섬겨야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이영호 교수(한세대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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